2017년 1월 29일 일요일

중국의 온실가스 Peak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2017 1월 다보스포럼에 참석해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점을 천명하였다. 중국과 함께 온실가스 최다배출국 G2의 하나인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기후변화 대응 대열에서 이탈할 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서 시진핑 주석의 행보는 눈길을 끌었다. 중국정부는 시주석의 발표에 맞춰 중국 내 석탄발전소를 대폭 축소하기 위한 조치를 단행했다.  2017 1 16일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13개 성에서 진행중인 104, 발전용량 120기가와트(GW)에 달하는 발전소 건설계획을 폐기하도록 명령하였다. 이중 47개 발전소(54GW)는 이미 건설에 착수한 것들이다. 2016 11월에 발표한 제 13 5개년 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전력 에너지Mix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60%(920GW)수준에서 55%(1,100GW)로 낮추는 것이었는데, 이번 조치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경제개발과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라 전력생산량은 늘어나겠지만 석탄의 비율은 낮추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적극 늘려 나가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에너지정책 근간이다.

중국의 석탄사용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석탄이라고 하는 것이 화석연료 중에서도 기체상태인 LNG나 액체상태인 석유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량도 많고 온실가스 발생량도 많다. 고체인 만큼 완전연소가 어렵기 때문에 그을음 같은 입자상의 대기오염물질이 많은데, 적절하게 제거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오염현상을 일으킨다. 중국의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는 바로 이 석탄연소에 의한 것이다. 더군다나 중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석탄의 품질이 낮다.  온실가스 배출도 석탄은 LNG에 비해 같은 열량 당 40 %정도 더 많다. LNG에는 수소(H2)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줄여야 하고, 그 중에서도 석탄을 줄여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은 2013년 기준으로 전세계 석탄의 절반을 중국이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다행히도 2013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석탄 사용량은 감소추세에 있다중국의 석탄 사용량 2014 2.9% 감소, 2015년도 3.7%감소, 2016년도 1.6% 감소 하는 등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제불황의 영향도 있었지만 경제 성장의 동력이 중화학공업에서 탈피하여 서비스와 같은 에너지 저소비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석탄사용량 감소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도 감소기미를 보이고 있다. 아직 확정적인 추세로 보기는 이르지만 2015년은 한해 전인 2014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다. 감축활동이 강화되었기 보다는 경제부진의 영향이 더 컷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의 피크가 가까이 와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이다


중국은 2015 6, 파리협약에 제출한 자발적 기여방안(INDC: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에서 국가 온실가스 배출 총량이 2030년를 피크로 해서 줄어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온실가스 경제가 발전하면서 상당기간 온실가스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나름대로의 감축노력을 통해 최소한 2030년부터는 감소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가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 마저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중국정부가 보여준 기후변화 대응 의지의 소산이다. 과거 교토프로토콜 체제에서는 감축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고 포스트교토 논의에서도 선진국의 의무만 강조하면서 국제적인 논의과정에 훼방을 놓았다. 하지만 2014년 미국 오바마대통령과 공동 노력에 대한 합의 이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 다보스에서의 시주석의 행보는 트럼프로 인해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무산되더라도 중국은 앞장서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중국의 전반적인 환경문제는 경제발전 속도만큼이나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겨울철 미세먼지이다. 매년 난방이 필요한 시기인 가을부터 봄까지 중국의 중부와 동부 대부분의 지역에서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너무 심각한 나머지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울 지경이다. 중국정부는 이를 정권유지 차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12.5규획에 이어 13.5규획에서도 환경보호 방침을 천명했는데 특히 2015 1월 발효된新환경보호법을 통해 환경규제를 대폭 강화한 바 있다. 이후 이 법의 '무관용의 원칙' 하에 강력한 단속 및 처벌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자국내의 환경문제 뿐 아니라 지구차원의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책임의식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 같다. 2011년 이후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 1의 에너지 소비국이자 온실가스 배출국이 된 이상 모르쇠로 일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는 무르익었다. 본래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일정규모를 넘어서면 환경질에 대한 욕구가 늘어난다. 개도국들이 경제화과정에서 대략 인당국민소득 5,000달러를 넘어서면서부터 환경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5,000달러를 돌파한 1980년대 후반부터 환경법이 대폭 강화되었다. 중국은 2015년에 8,000달러를 넘어 섰다.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중국은 환경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환경이 더 이상 부가적인 사항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있어서도 중국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유럽지역을 추월하여 세계 최대 신재생에너지 투자 지역으로 등극했다. 투자지역을 자국내에 그치지 않고 전세계로 확장하고 있는데 2015년도에는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투자의 1/3에 해당하는 1,029억 달러를 중국이 담당했다. 2위인 미국이 441억 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중국정부가 2016 117일에 발표한 전력부문 13.5계획(2016~2020)’에 따르면 2020년까지 1차에너지 소비에서 비화석에너지 비중을 15%까지 확대한다는 목표에 따라, 2020년까지 비화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을 39%까지 발전량 비중은 31%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정부가 재생(Renewable)에너지대신 비화석(Non-Fossil)에너지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 범주가 넓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는 나라에 따라 구분이 다를 수 있는데, 대체로 태양광이나 풍력, 지열 등과 같이 자연에서 끊임없이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말한다. 수력발전은 예외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라에 따라 잠재량의 격차가 크기도 하거니와 수자원 역시 고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에서는 비화석에너지의 범주에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에너지에 더해 수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을 추가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에너지법 체계에서 신재생(New & Renewable)에너지로 13종의 에너지를 정의하고 있는데, 이중 신에너지에 해당하는 수소에너지와 석탄액화 및 가스화 에너지, 연료전지를 포함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총 8(태양열, 태양광발전, 바이오매스, 풍력, 소수력, 지열, 해양에너지, 폐기물에너지)으로 정의되어 있다.


중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또한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공식발표한 피크가 훨씬 빠르게 올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극적인 감소는 여전히 요원하다. 기후변화 학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2050년경 까지는 전세계가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중국과 같은 거대 경제체제에게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2017년 1월 21일 토요일

화석에너지와 기후변화

인류 문명의 역사는 에너지 사용의 역사이기도 하다. 인간이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초기 문명이 시작되었고, 불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문명이 발달하게 되었다. 문명 초기부터 오랜 기간 나무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었는데, 음식조리나 난방과 같은 생활 에너지원으로는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산업화되지 않은 많은 나라에서는 아직 나무가 주요 에너지원이다.

산업적으로는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가 도래하면서 나무가 대량으로 소비 되었다. 초기 문명의 이동, 즉 이집트에서 중동지역으로, 다시 그리스와 로마 등으로 이동하는 것도 대규모 숲, 즉 에너지원을 찾아 이동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무가 줄 수 있는 에너지의 량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고 그 한계에 막혀 지구의 인구는 산업화 이전까지는 10억명 수준에서 멈춰 있었다.

석유가 사용된 역사는 오래되었다. 지표 가까이에 묻혀 있던 석유가 종종 타르 형태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5천년 이전의 바빌로니아인들이나 이집트인들, 기원전 4세기경 페르시아 등에서 타르를 채취해 군사용 방화기름이나 배를 건조할 때 방수용 도포제, 또는 약용으로 상처에 바르거나 설사제로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1850년경 원유를 정제하여 등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됨으로써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석탄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기원전 300년 경 그리스에서 이미 석탄을 대장간의 연료로 사용한 사실이 있고 기원 후 300년 경 중국 문헌에 석탄이라는 글자가 나타난다. 석탄(石炭)은 돌숯이라는 뜻이니 당시 나무로 만들어 쓰던 숯과 석탄이 탄소를 주성분으로 하고 있는 핵심을 정확히 표현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중세시대에 석탄을 발견한다.  9세기에 영국에서, 10세기에 독일에서 각각 석탄이 발견되는데 13세기부터는 영국에서 석탄이 상업적으로 채굴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1735년에 석탄으로부터 코크스를 생산하여 제철용 목탄을 대체하고 1769년에 제임스 왓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하게 된다. 1856년부터는 석탄가스로부터 암모니아나 헙성염료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산업혁명이 본 궤도에 이르게 된다. 기후변화협약에서 지구 기온상승의 기준점을 바로 이 지점, 1850년으로 삼는다.

석유는 지구의 길고 긴 역사 과정에서 주로 동물성 유기물이 농축된 것이고 석탄은 주로 식물성 유기물이 대량으로 묻혀 탄화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빙하기와 온난화기가 교차되면서 몇 차례의 생물 대멸종을 거치며 조금씩 에너지가 축적되어 액체나 고체 형태로 땅속에 묻힌 것이다. 과학자들이 추정하는 지구의 역사 46억년 동안 축적된 에너지를 200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맹렬히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지구의 에너지 발란스에 영향을 주었고 결국은 지구온난화라는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화석에너지는 주성분이 탄소(Carbon, 화학기호: C)이다. 우주로부터 독립된 지구에서 "탄소의 순환(Carbon Cycle)"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화석에너지를 태운다는 것은 화석에너지에 포함되어 있는 탄소가 연소된다는 것이다. 탄소가 대기 중의 산소(O2)가 결합하여 이산화탄소(CO2)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는데 이 열, 즉 에너지가 현재의 인류 문명을 지탱하고 있다

대기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지구상의 다양한 생물활동, 즉 지상 식물이나 바닷속 플랑크톤 등의 엽록소 활동을 통해 다시 유기물의 구성요소로 흡수된다. 식물의 잎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서 이를 태양광선을 이용해 탄소와 산소로 분해한다. 산소는 대기 중으로 방출하고 탄소는 다양한 유기물질(Cx+Hx+Ox..)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식물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들, 뿌리, 줄기, 과일, 잎사귀 등은 이런 유기물질의 집합체이다. 동물들은 식물을 섭취하여 자기의 몸체를 구성한다. 초식동물은 식물을 먹고,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을 먹는다. 이런 식으로 지구상의 모든 살아있는 유기체들은 탄소 순환과정의 일부분이다.


<탄소순환(Carbon Cycle), NASA Earth Science Enterprise>

탄소는 대기중에 750, 땅 속에 1,580, 바닷물에 1,020, 바닷 밑 지층에 150 기가톤(Gt) 정도가 존재한다. 그리고 매년 121.3 기가톤이 대기 중으로 배출되고 또한 같은 량이 땅이나 바다로 흡수된다. 화석 순환된다. 대기 중으로 배출되고 다시 흡수된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태우기 때문에 이런 균형이 깨져 대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가 늘어나고 있다. 산업화 이전에 280ppm 수준이었던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2015년에 400ppm을 돌파했다. ppm(parts per million)백만분의 1”을 뜻하는 대기오염을 측정 단위다. 대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의 량이 산업화 이전보다 40% 이상 늘었다. 인위적으로 땅에서 캐내어 태운만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자연적인 상태에 비해 비 정상적으로 높아졌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많은 량의 에너지를 광선 형태로 공급받고 또 받은 만큼 우주로 발산하여 온도를 일정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 주고 받는 에너지 량이 어마어마 하기 때문에 화석연료화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기 중에 축적된 이산화탄소는 다르다.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 즉 이불과 같은 역할을 일으켜 우주로 열을 발산하는 것을 방해한다. 그 결과 태양으로 받은 만큼의 에너지를 우주로 되돌려 주지 못해 기온이 상승하고 온갖 기상이변, 즉 기후변화를 야기한다

그런 즉 기후변화의 뿌리는 화석연료이고, 이를 필요로 하는 현대의 문명이다. 현대의 문명은 자연적 균형을 벗어나는 잉여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고 이로 인해 자연이 감당할 수 없는 인구증가와 자원소모, 환경파괴를 야기하고 있다. 문명의 발전은 지속될 수만 있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끝이 없는 성장은 있을 수 없다. 산업혁명 이후로 지금까지도 증가하고 있는 화석에너지 사용량이 앞으로도 영원히 증가할 수는 없다. 어느 시점에, 어떤 형태로든 끝에 다다를 수 밖에 없다. 사람이 성장하다 청년기를 지나면서 성장이 멈춰야 하듯, 어느 지점에서는 에너지 탐식을 멈춰야 한다

화석에너지 탐식은 크게 세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먼저 대기오염이다. 먼지와 매연, 아황산가스와 같은 것들이다. 중국이 석탄을 대량으로 사용하면서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 덕에 우리나라까지 크게 피해를 입고 있다. 하지만 대기오염은 극복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중국의 발전소들에 집진기와 같은 적절한 대기오염방지시설을 설치하면 완화시킬 수 있다.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이 자연적으로 제거되기도 한다. 중국의 미세먼지의 피해면적이 대단히 넓긴 하지만 여전히 국부적(Regional)이다. 일정 면적에 영향을 미치다가 강우에 의해 제거된다. 산성비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땅에 떨어지면 지표상의 대부분의 물질이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중화가 된다. 바닷물도 약 알칼리성이다. 나쁘긴 하지만 인류의 멸망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두번째 문제는 그 자체의 고갈이 야기할 문제이다. 화석자원은 에너지원이기도 하지만 현대문명을 지탱해 주는 가장 중요한 "물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매일 커다란 유조선 한 척에 해당하는 원유가 필요하다. 원유는 정유공장에서 정제되어 일부는 휘발유나 경유와 같은 에너지로 가공되지만 20%는 납사(Naphtha)라는 화학원료로 전환된다. 이는 생산량 기준이고 사용량 기준으로는 50%에 육박한다. 납사는 산업의 쌀이다. 모든 화학물질의 원료이다. 화학물질이 없는 현대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 옷이나 생필품부터 시작해서 산업용 구조물과 같은 인프라의 구성품까지 다양하게 쓰인다. 그런데 어느 순간 화석연료 공급이 중단된다면 에너지부족도 문제지만 이러한 산업 원자재 부족이 더 큰 문제가 된다

화석자원의 고갈은 그 태생적인 유한성에 의해 피할 수 없다. 지구에 묻혀 있는 자원은 그 양이 유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기가 문제일 뿐 고갈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명확한 사실이다. 과학적으로 땅에 묻혀 있는 화석자원이 증가할 수는 없다. 석유는 가채량, 즉 현재와 같은 채굴속도 하에서 채취할 수 있는 기간이 전문가들에 따라 다르다. 석유는 대충 100년을 넘지는 않고  석탄은 조금 더 길어 몇 백년 단위로 제시되고 있다. 채굴 기술이 발달하면 가채량이 늘어난다. 과거 기술로는 채굴이 불가능한 화석자원을 새로운 기술로 채굴할 수 있는 순간 가채량은 늘어난다. 10여년 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채굴이 활성화되고 있는 쉐일가스가 대표적이다. 수평파쇄법이 발달하면서 2017년 현재 생산단가가 원유 배럴당 60달러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고 앞으로 더 낮아질 전망이다. 이런 식으로 기술이 발전한다면 천연가스와 석유, 석탄의 가채량이 더 늘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유한성은 변하지 않는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 끝이 있을 것은 확실하다. 피크(Peak)이론이 바로 화석자원의 유한성에 바탕을 둔 것이다. 1950년대 미국의 지질학자인 허버트 박사는 Peak 이론을 발표한다. 유정이 개발되면 얼마 기간 동안 생산량이 증가하다가 정점에 이르러서는 급격하게 감소하는데 그 생산량 추이 곡선이 Peak 점을 중심으로 좌우 동형의 종(Bell)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별적인 유정의 생산량이 Peak 이론을 따르는 것처럼 지구 전체의 화석에너지 생산량 역시 Peak를 가지는 Bell 모양을 할 것이라는 것이 "Peak 이론"의 요체이다. 이 이론은 대체적으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과학자와 전문가들 간에 차이가 있는 부분은 그 Peak가 도래하는 시점이다. 비관론자들은 이미 그 정점을 지났다고 주장하지만 긍정주의자들, 즉 환경위기 회의론자들은 그 정점, Peak는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고 까지 주장한다

화석자원 고갈 위기론은 그 역사가 깊다. 1970년대 초반 제 1차 석유위기 때부터 시작되었다. 현재, 2017년 초반에도 석유의 가격은 배럴당 50달러 선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회의론자들은 양치기 소년 취급을 당하고 있다. 그리고 채굴기술의 진보 역시 그 끝을 알 수 없다. 따라서 화석자원 고갈 위기론은 상당기간 주목을 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세번째 문제가 너무 시급해 보이기 때문이다

화석에너지 사용에 의해 야기되는 세번째 문제는 바로 지구온난화 또는 기후변화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화석연료의 연소에 의해 대기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도록 작용한다. 그리고 그 정도가 인류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환경과 관련된 다른 모든 논의를 한가한 이야기로 치부되게 할 만큼 기후변화는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여러 미래 시나리오가 제시되는 가운데, 기후변화에 의한 인류 문명의 파국은 몇 십년 이내에도 닥칠 수 있는 재앙으로 여겨지고 있다. 설마설마 하는 사이 최근의 기후변화 추세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훨씬 높이고 있다

인류의 과학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미래 기후 시나리오를 명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과학자들 간에 형성된 컨센서스에 의하면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의 기온이 2℃ 이상 상승한다면 지구가 위험해 진다. 그리고 그 2℃ 상승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대략 2050년경 까지는 인류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Zero에 가까워야 한다. 관건은 화석에너지이다. 기후변화에 의한 인류문명의 파국이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한 유일한 길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 즉 화석에너지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파리기후협정은 각 국가의 화석에너지 사용을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7년 1월 15일 일요일

기후변화 변곡점

2016년은 인류가 문명을 이룬 후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아직 공식화 되지는 않았지만 오슬로에 위치한 European Union's 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에서 발표한 작년, 2016년도 지구 평균기온은 14.8 로 산업화 이전보다 1.3℃ 증가하였고 1년 전인 2015년보다도 0.2℃가 상승하였다. 지구 전체가, 그것도 연간 평균 기온이 1년 사이에 0.2℃씩이나 상승했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던 것으로 기록을 갱신했던 2015년이 아니었던가,.. 1년 사이에 기록을 큰 폭으로 갱신한 것이다. (2017.1.16, 세계기상기구인 WMO에서 공식적으로 2016년이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해로 발표. 산업화 이전에 비해 1.1°C, 2015보다는 0.83°C 상승한 것으로 공식화 함) 

그동안 떠들썩 했던 지구온난화는 수치적으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1℃ 남짓 증가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정도의 상승에 의해서도 지구는 이미 많은 기후변화 징후를 보이고 있다. 숫자 자체는 미미해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엄청난 변화인 것이다. 2015년 말 파리에서 체결된 새로운 국제적협약은 2100년까지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 또는 2 이내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 를 마지노선으로 하되 1.5 억제를 위해 노력한다는, 다소 국제적 의견차이를 무마하기 위한 표현이다. 과학자들의 종합적인 연구결과에 의하면 지구가 2 이상 더워지면 인류 문명의 파국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협약은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런데 1년 사이에 무려 0.2 가 상승했다. 물론 아무리 평균치라고 하더라도 연간 기온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올해 기온은 다시 낮아질 수는 있다. 지구상 상당히 많은 지점을 측정하여 산정한 숫자이긴 하지만 완벽하게 지구의 열량 변화를 측정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엔 El Nino가 심했던 해였기 때문에 기온 측정치에 영향을 주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장기적 추세를 보면 확실히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설마 했던 과학자들의 경고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후 지구의 기온상승,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기후변화(Climate Change)"라는 용어는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에 의해 지구 온도가 상승하고 그로 인해 기후가 인류가 생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한다라는 이론을 표현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  그리고 이 이론은 현재는 거의 모든 과학자가 사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화 이전인 1850년경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 정도였지만 현재는 400ppm을 넘어섰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어떤 자연의 지표가 거의 두배로 늘어나는 것은 심상치 않은 사태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런 감축 노력 없이 지금의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2100년 정도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000ppm을 넘어 설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지구의 평균 온도는 무려 6℃ 이상 상승하는 것이 불가피 하게 된다. 1℃가 증가한 현재에도 기후변화에 의한 많은 기상 이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6℃까지 상승하게 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상상하기 힘들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파국까지는 가지 않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2℃ 증가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1℃가 높아진 상태이고 현재의 증가속도로는 아주 가까운 시기에 2 를 돌파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인류가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멈춘다면 기후변화는 멈출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기후현상의 탄력으로 인해 상당기간 기후변화 현상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과학자들이 정말 우려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기후변화가 어느 변곡점(Tipping Point)를 지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직선형태의 점진적 기온상승 추세가 어떤 갑작스러운 변화의 지점을 통과하면서 급격히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길고 긴 지구의 역사상 지금의 기후는 12만년 전부터 지속되어 온 것에 불과하다. 빙하기와 온난화기가 교차되는 중에 현재 인류의 문명은 12만년 전부터 시작된 홀로세(Holocene)의 기후, 즉 현재의 기후가 지속된 기간에 발흥된 것이다. 만약 어떤 이유에 의해 기후의 조건이 크게 바뀐다면 인류의 문명은 지속되기 어렵다. 기후변화의 변곡점은 그 변화가 시작되는 어떤 지점을 의미한다.  기후변화의 어떤 추세선에서 벗어나 갑작스러운 변화의 단계로 들어서는 것이다.  과거 지구의 역사는 그러한 변화의 흔적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영원해 보이는 현재의 기후가 어느 순간 갑자기 전혀 다른 상태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변곡점이 우려 스러운 것은 이를 인류의 의지로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이다. 하나의 자연현상은 연쇄적으로 다른 자연현상을 야기한다. 기후변화 측면만으로 국한한다면 기온 상승이라는 자연현상이 야기하는 여러 자연현상 중 어떤 것은 기온상승을 완화하기도 하고 반대로 가속화하기도 한다. 완화시키는 현상을 Negative Feedback(음의 되먹임 현상), 상승시키는 현상을 Positive Feedback(양의 되먹임 현상)이라고 한다.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고 기온이 올라갈 때 식물의 생식활동, 즉 엽록소 활동이 활성화되는 것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Negative Feedback으로 작용한다. 즉 기온상승이 야기한 자연현상에 의해 기온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러한 효과는 자연현상이 급격한 기후변화를 완화시킨다.

반면 Positive Feedback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기후변화의 현상이 기후변화를 추가로 촉발한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 햇빛의 반사량(Albedo)이 줄어 온난화가 촉진된다. 시베리아의 동토층이 녹으면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메탄가스가 대기 중으로 누출되어 온난화가 촉진된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온실효과가 큰 가스이다. 기후변화의 변곡점은 지구온난화의 Positive Feedback에 의해 인류가 더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후변화가 가속화의 길로 들어서는 지점이다. 온갖 공포스러운 기후변화 시나리오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2015 12월에 체결된 국제적 기후체제인 파리협약(The Paris Agreement)도 이 변곡점을 막는 것이 최종의 목적이다.

기후를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어렵다. 일부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기후변화 변곡점이 훨씬 빨리 올 수도 있다. 이미 그 변곡점을 지났다는 주장도 있다. 기후변화의 Positive Feedback의 징후는 많다. 북극의 빙하와 고산지대의 만년설의 감소에 따른 태양열 반사량의 감소, 동토층에 묻혀 있는 어마어마한 량의 메탄 분출에 더해 고온에 의한 식물의 엽록소 활동의 감소, 해수면 상승에 의한 농경지 감소, 바닷물의 산성화에 의한 산호초의 감소, 수온상승에 의한 해양의 이산화탄소 흡수량 감소 등등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현상들이다

작년인 2016년이 한 해 전인 2015년에 이어 또 다시 "역사상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되는 것이 기후변화 변곡점이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음을 증명하는 것일 수 있다

2016년 12월 20일 화요일

흙의 생태적 가치

우리가 딛고 서있는 흙은 가장 중요한 생태적 자산이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대한 현대인들의 인식은 그리 높지 못하다. 오염되었을 경우 피해가 공기나 물처럼 즉각적이지 않기도 하거니와 도시화에 따라 사람들이 먹거리를 다른 공산품과 같은 유통구조로 구매하게 된 것도 흙에 대한 관심을 소홀하게 하는 이유이다.
 흙, 즉 토양은  우리의 모든 먹거리의 시작점이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생태시스템의 기둥이다. 식물을 길러내고 물을 정화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가치 이외에도 최근 토양이 가지고 있는 추가적인 생태적 가치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대기 중 온실가스 증가와 기후변동성 증가, 이에 따라 예상되는 농업피해를 극복하는데 토양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가능성을 이야기하기 전에 토양자체가 처해 있는 위기를 먼저 인식해야 한다. 전세계 곳곳의 농경지는 오랜 기간 수탈적인 작물생산과 화학비료와 농약 살포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아니더라도 생태기능의 한계에 봉착한 농경지가 늘어가고 있다. 자연적인 상태의 토양은 그 속에 살고 있는 수많은 미생물과 지상의 초목, 동물들이 생태적으로 서로 연결고리를 유지하도록 함으로서 지구의 거대한 탄소순환(Carbon Cycle)이 균형을 이루도록 한다. 식물의 광합성에 의해 대기중의 이산화탄소가 유기물로 전환되고 이중 일부분은 토양 속에 남아 부식토를 이룸으로써 토양이 건강성과 생산성을 유지하게 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인간의 작물생산은 토양 중 유기물의 감축을 야기했다. 현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중 30% 이상이 이처럼 본래 토양에 있던 유기물이 유출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군다나 2차대전 이후 대대적으로 사용된 농약과 화학비료로 인해 토양 자체의 생명력은 더욱 더 약해져 가고 있다. 미생물 활동을 억제하고 토양 표피의 유실을 초래함으로써 토양 속 유기물 손실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농약과 화학비료는 언젠가는 고갈될 수 밖에 없는 화석에너지로부터 생산된다. 에너지사용에 따른 환경문제뿐 아니라 토양의 생태적 기능저하에 의한 피해가 적지 않다. 화석에너지에 지나치게 의존되어 있는 관행농법은 지속가능 사회로 나가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어 왔다.
토양은 대기보다 세배나 많은 탄소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토양과 대기의 탄소 밸런스가 중요하다. 토양이 생태적인 건강성을 회복하여 유기물 축적이 촉진된다면 그만큼 대기 중 탄소는 저감된다. 토양속의 유기물은 물을 포집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따라 빈번해지는 폭우와 가뭄에 대한 내성효과 또한 높다. 따라서 토양을 효율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과도한 화학물질 사용을 배제하고 토양의 생태적 활성을 높여 나간다면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 해결과 함께 에너지사용량 감축, 식량의 증산과 같은 인류의 현안해결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유엔에서는 이 문제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2015년을 “세계 흙의 해 (International Year of Soil)”로 지정한바 있다. 아울러 매년 12월 5일을 “세계 흙의 날 (World Soil Day)”로 정했다. 이를 통해 유엔은 위험에 처한 흙이 미래세대에게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전 세계 각국이 흙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수탈적인 관행농법(Conventional Farming)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들이 지구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화학비료나 농약에 의존하지 않는 유기농업,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땅을 파해치지 않는 무경운(無耕耘, No-tillage)농법, 가축사육과 작물재배를 조합하는 형태의 생태순환서비스 시스템의 구축 등의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농부들이 ‘땅심을 돋운다’라고 하는 것은 흙속에 유기물을 보충해 준다는 것이다. 밭갈이를 하고 농작물을 심는 것은 수 많은 세월동안 땅 속에 축적되었던 유기물을 고갈시키는 행위이다. 화학비료는 일회성인데다 대부분 씻겨 나가기 때문에 축적되지 않는다. 오히려 땅속의 미생물 활동을 방해하고 땅을 굳게 만든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퇴비와 같은 자연적인 유기물을 공급해 주는 것이다. ‘땅심’이 유지되도록, 지속가능한 농업생산이 가능하도록 유기물의 순환체계를 형성해 주어야 한다. 이는 대기중의 이산화탄소(CO2)를 식물의 탄소동화작용을 통해 생물체(Biomass)로 전환하고 생물체의 생명이 끝난 후 퇴비화 과정을 거쳐 땅속에 묻는 행위이다. 농업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유력한 해법이 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동안 관행농법에서 벗어나기 위한 많은 시도가 이루어져 왔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생산자와 소비자가 늘었고 정부의 지원정책도 있었으나 전체 경지면적 중 유기농경지의 비율이 아직 1%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마저도 2009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EU국가들이 평균 5%에 이르는 것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산림녹화를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 또한 가지고 있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인구에 비해 경지의 절대면적이 부족하고 토질 또한 척박하다. 흙이 주는 기회요인은 제한적인데 반해 위험요소는 무척 크다. 그런 만큼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흙을 식량생산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미래의 화석연료 고갈과 식량자립도 향상, 수자원 확보, 그리고 환경개선 문제 까지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도시의 유휴인력, 특히 은퇴를 시작하는 베이비붐세대가 ‘땅심을 돋우는’일에 투입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필요하다. 흙에서 친환경적인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은 100세 시대에 가장 적당하고 의미있는 노후 일거리가 될 것이다  건강한 흙이 창출할 수 있는 다각적인 부가가치에 주목하여야 한다.

'환경'의 의미

‘환경(環境)’ 만큼 다양하게 사용되는 단어도 드물다. 정치환경, 경제환경, 영업환경 등 다양한 주제와 결합하여 그 주변 상황을 지칭한다. 그렇지만 ‘환경’이라는 단어 단독으로는 우리 주변의 물리적 자연 상황을 말한다.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은 환경을 “1. 생물에게 직접ㆍ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2.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영어로는 ‘Environment’에 대응되는 단어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조건이나 상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흔히 ‘환경관리’라고 할때 그 대상은 어디에서 어디까지일까.
한자권의 나라들, 일본과 중국, 베트남에서도 Environment의 의미로 같은 한자 ‘環境’을 쓴다. 어느나라에서 먼저 이 단어를 사용했을까. 아무래도 먼저 산업화에 성공한, 그래서 환경문제가 먼저 대두된 일본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는 1963년에 공해방지법을 제정했다가 1977년에 환경보전법으로 대체하면서 ‘환경’이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공해(公害)’역시 일본에서 먼저 사용하던 용어이다. 1949년에 도쿄시에서 공해방지조례가 만들어지면서 법체계에서 ‘공해’라는 용어가 등장했고 이후 1972년에 자연환경보전법이 제정되면서 ‘환경’이라는 단어가 현재의 의미로 공식화 되었다. 환경이라는 단어가 그 전부터 한자권에 존재했었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지만 이를 일본에서부터 영어권의 Environment의 개념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환경문제가 대두된 것 자체가 1950년 이후이다. 환경오염은 산업화의 그림자와 같은 것이어서 제 2차 세계대전 후 산업화에 속도가 붙은 1950년대부터 환경문제가 구체적으로 제기되었고 영어 ‘Environment’ 역시 1950년대 이후에 현재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환경’의 ‘환(環)’은 고리 환 또는 둥글 환으로 고리모양의 옥(玉)을 뜻한다. ‘경(境)’은 지경 경으로 경계(境界)의 뜻이다. 따라서 환경은 어떤것의 주변 경계를 의미한다. 영어 Environment도 유사하다. ‘en’은 라틴어로 ‘in’의 의미이고, ‘viron’은 ‘circle’의 의미이다. 따라서 environment는 무엇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뜻한다. 생태학이라고 번역되는 Ecology도 마찬가지이다. ‘eco’라는 ‘사는 곳’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oiko’와 학문을 의미하는 ‘logos’의 합성어이다. ecology 역시 현재의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들어서면서 부터이다.
‘eco’의 어두를 가진 용어로 경제를 뜻하는 ‘economy’가 있다. 이는 사는 곳을 관리한다는 뜻으로 ‘-nomy’는 ‘관리하다’라는 그리스어 ‘nomos’로 부터 파생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친환경을 의미하는 단어로 ‘에코(eco)’가 많이 쓰이고 있다. 환경관련 회사나 친환경적인 제품의 이름에 ‘에코’가 자주 사용된다. 환경전문가들은 에코를 ecology와 economy의 공통분모로 인식한다. ‘환경(environment)’은 오염을 방지하고 보호하는 것으로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비용이 집행되어야 하는 개념이라면 ‘에코(eco)’는 자연보호와 함께 경제적 이득도 추구하는, 소위 생태효율성을 높이는 개념으로 본다.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 의무적인 환경관리에서 진일보한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인류가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연보호가 필요하다는 의미의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역시 ‘에코’와 같은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녹색(Green)’ 역시 의미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리해 보면, 2차 세계대전 후 급속하게 팽창하면서 심각한 오염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1950년대에 ‘공해방지(Pollution Prevention)’ 개념이 등장하였고, 1970년대에는 단순히 오염물질을 줄이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주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환경관리(Environmental Management)’가 등장했다. 1992년 리우(Rio) 환경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전 지구적으로 대두된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생태효율성을 높이는, 개발과 환경보호를 병립시키자는 의미의 ‘에코’, ‘지속가능개발’, ‘녹색성장’과 같은 용어가 등장했다.
시기별 상황에 따라 명칭과 개념이 달라지고 있지만 현재는 ‘환경’이 이 분야를 대표하는 용어이다. 우리나라 관련부처도 환경부이고 환경정책기본법을 기본법으로 하여 “환경”법 체계가 작동되고 있다. 영어권이나 한자권 모두 ‘environment’, ‘環境’이라는 단어가 현재 공적인 명칭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개념들도 아직 ‘환경’이라는 범주에서 해석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환경의 개념이 무척 넓어졌다. 오염물질을 측정하고 제거하는 것부터 환경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제품의 친환경성을 향상하는 것, 에코효율성을 평가하고 최적화 하는 것, 인류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활동 등등,..
이러한 개념 확장을 우리 사회의 가버넌스가 얼마만큼 수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환경의 다른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새로운 용어를 주창하는 학자들의 목소리는 공허하다. 구체적인 방안제시가 부족하다. 기업들 역시 이런 개념을 유행처럼 여기고 있다. 진지한 환경보호 노력보다는 홍보나 마케팅의 수단으로 차용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녹색성장’이라는 구호하에 4대강 사업과 같은, 오히려 반 환경적인 사업을 밀어부친 적도 있다. 우리나라 60여개 대학에 설치되어 있는 환경공학과에서는 오염물질 제거와 같은 전통적인 환경관리 기법이 아직 커리큘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현상을 변화할 것이다.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 가버넌스도 이에 맞춰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환경 이슈가 우리나라에 큰 압력으로 작용하면 기존 체제로 대응해 나가는데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빠르면 다음 정부에서  환경부를 대신하여 ‘지속가능개발부’, 또는 ‘녹색성장부’가 들어설지도 모를일이다.

인류세(Anthropocene)

긴긴 지구의 역사에서 현재의 기후조건이 만들어진 것은 대략 1만2천년 전이다. 온난기와 빙하기 (氷河期, ice age)를 반복하다 마지막 빙하기인 플라이스토세(Pliocene, 또는 홍적세) 끝에 찾아온 지금의 시기를 전문가들은 홀로세(Holocene)라고 부른다. 홀로세에 이르러 인류는 본격적인 문명을 이루게 되었다. 신석기 시대가 홀로세와 함께 열렸고 곧바로 농경이 시작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지구의 나이를 45억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니 지난 1만여년의 시간은 정말 찰나에 불과하다. 지구과학의 관점에서는 홀로세가 이제 방금 시작된 것에 불과하다.
(The Economist, 2011)
2016년 8월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서는 국제지질학총회(International Geological Congress) 소속의 과학자들이 모여  새로운 지질학적 시기의 시작을 선포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인류의 문명의 영향으로 인해 지구가 새로운 시기로 구분되기에 충분한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에 광범위하게 축적된 플라스틱과 새로운 금속물질, 콘크리트, 인간활동에 의한 기후변화는 새로운 지구의 특징이다.  그리고 새로운 연대의 명칭은 인류세(Anthropocene)으로 제안되었다.
인류의 시작은 홀로세가 시작되기 훨씬 전이다.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Homosapience)는 최소한 십만년 전에 출현하여 지구에 족적을 남겨왔다. 불의 발견이나 농업혁명 등을 통해 인류는 지구를 지배하는 생물종이 되었다. 급기야 산업혁명 이후 인류 문명이 지구상에서 독주체제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지질시대를 열 만큼 자연에 인위적인 변화를 야기했다.
산업혁명을 통해서 인류는 화석에너지를 사용하게 되었다. 오랜 기간 지구에 축적된 화석에너지, 즉 석탄과 석유를 꺼내쓰기 시작했는데 채 1백여년이 흐르지 않아서 고갈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수십억년 지구가 축적한 자원을 1백여년 만에 써 없앤 셈인데, 그 소비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산업화 이전에는 사람과 가축의 힘을 이용했고 풍력이나 수력과 같은 자연의 힘을 이용하기도 했다. 이 모두가 현재의 구분으로는 재생(Renewable)에너지인 반면 화석에너지는 꺼내 쓰되 채워지지 않는, 지속가능(Sustainable)하지 않는 에너지이다.
화석에너지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되었다. 잉여의 에너지는 생산의 증가와 이에 따른 인구의 증가를 야기했고 증가된 인구는 다시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는,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과정을 통해 많은 환경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산업화 이전에 20억명이 되지 않았던 인구가 지금은 70억명을 넘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도 산업화 이전 280ppm 수준에서 지금은 400ppm을 초과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이미 지구가 어느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비만증 판정을 받은 환자의 몸무게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지구의 변화는 핵실험에 의한 방사능물질의 확산, 플라스틱 공해, 석탄연소의 그을음 축적, 콘크리트의 축적, 비료사용에 의한 질소와 인(燐)의 축적, 심지어 폭발적인 닭뼈의 증가 등이다. 모두가 인간활동의 결과물들이고 생물종들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것들이다. 인류세(人類世)로 번역되는 Anthropocene은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폴크루첸(Paul Crutzen)과 그의 동료인 유진스토머(Eugene Stoermer)에 의해 2000년도에 처음 제안되었다. Anthropo-는 그리스어 anthropos에서 파생된 것으로 ‘사람과 관련한’의 의미이고 -cene 역시 그리스어에 어원을 둔 것으로 당초 ‘새로운’의 뜻으로 지질시대 구분에 쓰였던 것이 어느덧 일반 명사화 된 것이다.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인류세에 대한 위원회(Working Group on the Anthropocene)에서 35명의 위원 중 30명이 인류세 명명에 대해 찬성하였다 한다. 앞으로 수년간의 추가논의를 거쳐 국제지질학총회에서 최종 결정을 하면 우리는 지구의 새로운 지질학적 역사의 전환을 목격하게 된다. 남은 논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Golden Spike’를 선정하는 것이다.  즉, 새로운 시기의 기준과 시작점을 정하는 것이다. 원자탄 실험때 대기중에 퍼진 방사능물질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지만 대기중의 온실가스 증가나 발전소로부터의 미연소 탄소를 하자는 등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어떤 기준을 채택하든지 그 기준점은 1950년대 근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류문명의 질주는 그 토양이 되어 준 홀로세를 지구연대 변화로는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에 마감하게 하고 새로운 시기를 열어버렸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종 중 인간이라는 단 하나의 종(種)에 의해, 새로운 지질학적 시기로 구분지어질 만큼 지구환경이 변화해 버렸다. 그리고 그 변화는 생물종들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결코 자랑스럽지도, 반갑지도 않은 ‘인류세’라는 역사적인 지질학적 한 시기의 시작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