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의 역사는 에너지 사용의 역사이기도 하다. 인간이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초기 문명이 시작되었고, 불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문명이 발달하게 되었다. 문명 초기부터 오랜 기간 나무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었는데, 음식조리나
난방과 같은 생활 에너지원으로는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산업화되지 않은 많은 나라에서는 아직 나무가
주요 에너지원이다.
산업적으로는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가 도래하면서 나무가 대량으로 소비 되었다. 초기
문명의 이동, 즉 이집트에서 중동지역으로, 다시 그리스와
로마 등으로 이동하는 것도 대규모 숲, 즉 에너지원을 찾아 이동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무가 줄 수 있는 에너지의 량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고 그 한계에 막혀 지구의 인구는 산업화
이전까지는 10억명 수준에서 멈춰 있었다.
석유가 사용된 역사는 오래되었다. 지표 가까이에 묻혀 있던 석유가
종종 타르 형태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5천년 이전의 바빌로니아인들이나 이집트인들, 기원전 4세기경 페르시아 등에서 타르를 채취해 군사용 방화기름이나
배를 건조할 때 방수용 도포제, 또는 약용으로 상처에 바르거나 설사제로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1850년경 원유를 정제하여 등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됨으로써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석탄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기원전 300년 경 그리스에서 이미 석탄을 대장간의 연료로 사용한 사실이 있고 기원
후 300년 경 중국 문헌에 석탄이라는 글자가 나타난다. 석탄(石炭)은 돌숯이라는 뜻이니 당시 나무로 만들어 쓰던 숯과 석탄이 탄소를
주성분으로 하고 있는 핵심을 정확히 표현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중세시대에 석탄을 발견한다. 9세기에 영국에서, 10세기에 독일에서 각각 석탄이 발견되는데 13세기부터는 영국에서
석탄이 상업적으로 채굴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1735년에
석탄으로부터 코크스를 생산하여 제철용 목탄을 대체하고 1769년에 제임스 왓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하게
된다. 1856년부터는 석탄가스로부터 암모니아나 헙성염료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산업혁명이 본 궤도에
이르게 된다. 기후변화협약에서 지구 기온상승의 기준점을 바로 이 지점,
즉 1850년으로 삼는다.
석유는 지구의 길고 긴 역사 과정에서 주로 동물성 유기물이 농축된 것이고 석탄은 주로 식물성 유기물이 대량으로
묻혀 탄화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빙하기와 온난화기가 교차되면서 몇 차례의 생물 대멸종을 거치며 조금씩
에너지가 축적되어 액체나 고체 형태로 땅속에 묻힌 것이다. 과학자들이 추정하는 지구의 역사 46억년 동안 축적된 에너지를 200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맹렬히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지구의 에너지 발란스에 영향을 주었고 결국은 지구온난화라는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화석에너지는 주성분이 탄소(Carbon, 화학기호: C)이다. 우주로부터 독립된 지구에서 "탄소의 순환(Carbon Cycle)"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화석에너지를 태운다는 것은 화석에너지에 포함되어 있는 탄소가 연소된다는 것이다. 탄소가 대기 중의 산소(O2)가 결합하여 이산화탄소(CO2)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는데 이 열, 즉
에너지가 현재의 인류 문명을 지탱하고 있다.
대기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지구상의 다양한 생물활동, 즉 지상
식물이나 바닷속 플랑크톤 등의 엽록소 활동을 통해 다시 유기물의 구성요소로 흡수된다. 식물의 잎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서 이를 태양광선을 이용해 탄소와 산소로 분해한다. 산소는 대기 중으로 방출하고 탄소는 다양한
유기물질(Cx+Hx+Ox..)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식물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들, 뿌리, 줄기, 과일, 잎사귀 등은 이런 유기물질의 집합체이다. 동물들은 식물을 섭취하여 자기의 몸체를 구성한다. 초식동물은 식물을
먹고,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을 먹는다. 이런 식으로 지구상의
모든 살아있는 유기체들은 탄소 순환과정의 일부분이다.
<탄소순환(Carbon Cycle), NASA Earth Science Enterprise>
탄소는 대기중에 750, 땅 속에 1,580, 바닷물에 1,020, 바닷 밑 지층에 150 기가톤(Gt) 정도가 존재한다. 그리고 매년 121.3 기가톤이 대기 중으로 배출되고 또한 같은 량이 땅이나 바다로 흡수된다. 화석 순환된다. 대기 중으로 배출되고 다시 흡수된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태우기 때문에 이런 균형이 깨져 대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가 늘어나고 있다. 산업화 이전에 280ppm 수준이었던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2015년에 400ppm을 돌파했다. ppm(parts per million)은 “백만분의 1”을 뜻하는 대기오염을 측정 단위다. 대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의 량이 산업화 이전보다 40% 이상 늘었다. 인위적으로 땅에서 캐내어 태운만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자연적인 상태에 비해 비 정상적으로 높아졌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많은 량의 에너지를 광선 형태로 공급받고 또 받은 만큼 우주로 발산하여 온도를 일정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 주고 받는 에너지 량이 어마어마 하기 때문에 화석연료화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기 중에 축적된 이산화탄소는 다르다.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 즉 이불과 같은 역할을 일으켜 우주로 열을 발산하는 것을 방해한다. 그 결과 태양으로 받은 만큼의 에너지를 우주로 되돌려 주지 못해 기온이 상승하고 온갖 기상이변, 즉 기후변화를 야기한다.
그런 즉 기후변화의 뿌리는 화석연료이고, 이를 필요로 하는 현대의
문명이다. 현대의 문명은 자연적 균형을 벗어나는 잉여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고 이로 인해 자연이 감당할
수 없는 인구증가와 자원소모, 환경파괴를 야기하고 있다. 문명의
발전은 지속될 수만 있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끝이 없는 성장은 있을 수 없다. 산업혁명 이후로 지금까지도 증가하고 있는 화석에너지 사용량이 앞으로도 영원히 증가할 수는 없다. 어느 시점에, 어떤 형태로든 끝에 다다를 수 밖에 없다. 사람이 성장하다 청년기를 지나면서 성장이 멈춰야 하듯, 어느 지점에서는
에너지 탐식을 멈춰야 한다.
화석에너지 탐식은 크게 세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먼저 대기오염이다. 먼지와 매연, 아황산가스와 같은 것들이다. 중국이 석탄을 대량으로 사용하면서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 덕에 우리나라까지 크게 피해를 입고 있다. 하지만 대기오염은
극복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중국의 발전소들에 집진기와 같은 적절한 대기오염방지시설을 설치하면 완화시킬
수 있다.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이 자연적으로 제거되기도 한다. 중국의
미세먼지의 피해면적이 대단히 넓긴 하지만 여전히 국부적(Regional)이다. 일정 면적에 영향을 미치다가 강우에 의해 제거된다. 산성비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땅에 떨어지면 지표상의 대부분의 물질이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중화가 된다. 바닷물도 약
알칼리성이다. 나쁘긴 하지만 인류의 멸망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두번째 문제는 그 자체의 고갈이 야기할 문제이다. 화석자원은 에너지원이기도
하지만 현대문명을 지탱해 주는 가장 중요한 "물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매일 커다란 유조선 한 척에 해당하는 원유가 필요하다. 원유는 정유공장에서 정제되어 일부는 휘발유나 경유와 같은 에너지로 가공되지만
20%는 납사(Naphtha)라는 화학원료로 전환된다. 이는
생산량 기준이고 사용량 기준으로는 50%에 육박한다. 납사는
산업의 쌀이다. 모든 화학물질의 원료이다. 화학물질이 없는
현대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 옷이나 생필품부터 시작해서 산업용 구조물과 같은 인프라의 구성품까지 다양하게
쓰인다. 그런데 어느 순간 화석연료 공급이 중단된다면 에너지부족도 문제지만 이러한 산업 원자재 부족이
더 큰 문제가 된다.
화석자원의 고갈은 그 태생적인 유한성에 의해 피할 수 없다. 지구에
묻혀 있는 자원은 그 양이 유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기가 문제일 뿐 고갈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명확한 사실이다. 과학적으로 땅에 묻혀 있는 화석자원이 증가할 수는 없다. 석유는 가채량, 즉 현재와 같은 채굴속도 하에서 채취할 수 있는
기간이 전문가들에 따라 다르다. 석유는 대충 100년을 넘지는
않고 석탄은 조금 더 길어 몇 백년 단위로 제시되고 있다. 채굴 기술이 발달하면 가채량이 늘어난다. 과거 기술로는 채굴이 불가능한
화석자원을 새로운 기술로 채굴할 수 있는 순간 가채량은 늘어난다. 10여년 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채굴이
활성화되고 있는 쉐일가스가 대표적이다. 수평파쇄법이 발달하면서 2017년
현재 생산단가가 원유 배럴당 60달러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고 앞으로 더 낮아질 전망이다. 이런 식으로 기술이 발전한다면 천연가스와 석유, 석탄의 가채량이
더 늘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유한성은 변하지 않는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 끝이
있을 것은 확실하다. 피크(Peak)이론이 바로 화석자원의
유한성에 바탕을 둔 것이다. 1950년대 미국의 지질학자인 허버트 박사는 Peak 이론을 발표한다. 유정이 개발되면 얼마 기간 동안 생산량이
증가하다가 정점에 이르러서는 급격하게 감소하는데 그 생산량 추이 곡선이 Peak 점을 중심으로 좌우
동형의 종(Bell)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별적인
유정의 생산량이 Peak 이론을 따르는 것처럼 지구 전체의 화석에너지 생산량 역시 Peak를 가지는 Bell 모양을 할 것이라는 것이 "Peak 이론"의 요체이다. 이 이론은 대체적으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과학자와 전문가들
간에 차이가 있는 부분은 그 Peak가 도래하는 시점이다. 비관론자들은
이미 그 정점을 지났다고 주장하지만 긍정주의자들, 즉 환경위기 회의론자들은 그 정점, Peak는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고 까지 주장한다.
화석자원 고갈 위기론은 그 역사가 깊다. 1970년대 초반 제 1차 석유위기 때부터 시작되었다. 현재, 즉 2017년 초반에도 석유의 가격은 배럴당 50달러 선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회의론자들은 양치기 소년 취급을 당하고 있다.
그리고 채굴기술의 진보 역시 그 끝을 알 수 없다. 따라서 화석자원 고갈 위기론은 상당기간
주목을 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세번째 문제가 너무 시급해 보이기 때문이다.
화석에너지 사용에 의해 야기되는 세번째 문제는 바로 지구온난화 또는 기후변화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화석연료의 연소에 의해 대기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도록 작용한다. 그리고 그 정도가 인류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환경과
관련된 다른 모든 논의를 한가한 이야기로 치부되게 할 만큼 기후변화는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여러
미래 시나리오가 제시되는 가운데, 기후변화에 의한 인류 문명의 파국은 몇 십년 이내에도 닥칠 수 있는
재앙으로 여겨지고 있다. 설마설마 하는 사이 최근의 기후변화 추세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훨씬 높이고 있다.
인류의 과학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미래 기후 시나리오를 명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과학자들 간에 형성된 컨센서스에 의하면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의 기온이 2℃ 이상 상승한다면 지구가 위험해 진다. 그리고 그 2℃ 상승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대략 2050년경 까지는 인류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Zero에 가까워야 한다. 관건은 화석에너지이다. 기후변화에 의한 인류문명의 파국이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한 유일한 길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 즉 화석에너지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파리기후협정은
각 국가의 화석에너지 사용을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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