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0일 화요일

'환경'의 의미

‘환경(環境)’ 만큼 다양하게 사용되는 단어도 드물다. 정치환경, 경제환경, 영업환경 등 다양한 주제와 결합하여 그 주변 상황을 지칭한다. 그렇지만 ‘환경’이라는 단어 단독으로는 우리 주변의 물리적 자연 상황을 말한다.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은 환경을 “1. 생물에게 직접ㆍ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2.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영어로는 ‘Environment’에 대응되는 단어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조건이나 상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흔히 ‘환경관리’라고 할때 그 대상은 어디에서 어디까지일까.
한자권의 나라들, 일본과 중국, 베트남에서도 Environment의 의미로 같은 한자 ‘環境’을 쓴다. 어느나라에서 먼저 이 단어를 사용했을까. 아무래도 먼저 산업화에 성공한, 그래서 환경문제가 먼저 대두된 일본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는 1963년에 공해방지법을 제정했다가 1977년에 환경보전법으로 대체하면서 ‘환경’이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공해(公害)’역시 일본에서 먼저 사용하던 용어이다. 1949년에 도쿄시에서 공해방지조례가 만들어지면서 법체계에서 ‘공해’라는 용어가 등장했고 이후 1972년에 자연환경보전법이 제정되면서 ‘환경’이라는 단어가 현재의 의미로 공식화 되었다. 환경이라는 단어가 그 전부터 한자권에 존재했었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지만 이를 일본에서부터 영어권의 Environment의 개념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환경문제가 대두된 것 자체가 1950년 이후이다. 환경오염은 산업화의 그림자와 같은 것이어서 제 2차 세계대전 후 산업화에 속도가 붙은 1950년대부터 환경문제가 구체적으로 제기되었고 영어 ‘Environment’ 역시 1950년대 이후에 현재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환경’의 ‘환(環)’은 고리 환 또는 둥글 환으로 고리모양의 옥(玉)을 뜻한다. ‘경(境)’은 지경 경으로 경계(境界)의 뜻이다. 따라서 환경은 어떤것의 주변 경계를 의미한다. 영어 Environment도 유사하다. ‘en’은 라틴어로 ‘in’의 의미이고, ‘viron’은 ‘circle’의 의미이다. 따라서 environment는 무엇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뜻한다. 생태학이라고 번역되는 Ecology도 마찬가지이다. ‘eco’라는 ‘사는 곳’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oiko’와 학문을 의미하는 ‘logos’의 합성어이다. ecology 역시 현재의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들어서면서 부터이다.
‘eco’의 어두를 가진 용어로 경제를 뜻하는 ‘economy’가 있다. 이는 사는 곳을 관리한다는 뜻으로 ‘-nomy’는 ‘관리하다’라는 그리스어 ‘nomos’로 부터 파생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친환경을 의미하는 단어로 ‘에코(eco)’가 많이 쓰이고 있다. 환경관련 회사나 친환경적인 제품의 이름에 ‘에코’가 자주 사용된다. 환경전문가들은 에코를 ecology와 economy의 공통분모로 인식한다. ‘환경(environment)’은 오염을 방지하고 보호하는 것으로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비용이 집행되어야 하는 개념이라면 ‘에코(eco)’는 자연보호와 함께 경제적 이득도 추구하는, 소위 생태효율성을 높이는 개념으로 본다.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 의무적인 환경관리에서 진일보한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인류가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연보호가 필요하다는 의미의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역시 ‘에코’와 같은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녹색(Green)’ 역시 의미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리해 보면, 2차 세계대전 후 급속하게 팽창하면서 심각한 오염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1950년대에 ‘공해방지(Pollution Prevention)’ 개념이 등장하였고, 1970년대에는 단순히 오염물질을 줄이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주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환경관리(Environmental Management)’가 등장했다. 1992년 리우(Rio) 환경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전 지구적으로 대두된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생태효율성을 높이는, 개발과 환경보호를 병립시키자는 의미의 ‘에코’, ‘지속가능개발’, ‘녹색성장’과 같은 용어가 등장했다.
시기별 상황에 따라 명칭과 개념이 달라지고 있지만 현재는 ‘환경’이 이 분야를 대표하는 용어이다. 우리나라 관련부처도 환경부이고 환경정책기본법을 기본법으로 하여 “환경”법 체계가 작동되고 있다. 영어권이나 한자권 모두 ‘environment’, ‘環境’이라는 단어가 현재 공적인 명칭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개념들도 아직 ‘환경’이라는 범주에서 해석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환경의 개념이 무척 넓어졌다. 오염물질을 측정하고 제거하는 것부터 환경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제품의 친환경성을 향상하는 것, 에코효율성을 평가하고 최적화 하는 것, 인류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활동 등등,..
이러한 개념 확장을 우리 사회의 가버넌스가 얼마만큼 수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환경의 다른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새로운 용어를 주창하는 학자들의 목소리는 공허하다. 구체적인 방안제시가 부족하다. 기업들 역시 이런 개념을 유행처럼 여기고 있다. 진지한 환경보호 노력보다는 홍보나 마케팅의 수단으로 차용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녹색성장’이라는 구호하에 4대강 사업과 같은, 오히려 반 환경적인 사업을 밀어부친 적도 있다. 우리나라 60여개 대학에 설치되어 있는 환경공학과에서는 오염물질 제거와 같은 전통적인 환경관리 기법이 아직 커리큘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현상을 변화할 것이다.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 가버넌스도 이에 맞춰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환경 이슈가 우리나라에 큰 압력으로 작용하면 기존 체제로 대응해 나가는데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빠르면 다음 정부에서  환경부를 대신하여 ‘지속가능개발부’, 또는 ‘녹색성장부’가 들어설지도 모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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