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2017년 1월
다보스포럼에 참석해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점을 천명하였다. 중국과 함께 온실가스 최다배출국
G2의 하나인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기후변화 대응 대열에서 이탈할 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서
시진핑 주석의 행보는 눈길을 끌었다. 중국정부는 시주석의 발표에 맞춰 중국 내 석탄발전소를 대폭 축소하기
위한 조치를 단행했다. 2017년 1월 16일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13개 성에서 진행중인 104개, 발전용량 120기가와트(GW)에 달하는 발전소 건설계획을 폐기하도록 명령하였다. 이중 47개 발전소(54GW)는 이미 건설에 착수한 것들이다. 2016년 11월에 발표한 제 13차 5개년 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전력 에너지Mix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60%(920GW)수준에서 55%(1,100GW)로 낮추는 것이었는데, 이번 조치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경제개발과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라 전력생산량은 늘어나겠지만 석탄의 비율은 낮추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적극 늘려 나가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에너지정책 근간이다.
중국의 석탄사용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석탄이라고 하는 것이
화석연료 중에서도 기체상태인 LNG나 액체상태인 석유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량도 많고 온실가스 발생량도
많다. 고체인 만큼 완전연소가 어렵기 때문에 그을음 같은 입자상의 대기오염물질이 많은데, 적절하게 제거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오염현상을 일으킨다. 중국의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는 바로 이 석탄연소에 의한 것이다. 더군다나 중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석탄의 품질이
낮다. 온실가스 배출도 석탄은 LNG에 비해 같은
열량 당 40 %정도 더 많다. LNG에는 수소(H2)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줄여야 하고, 그 중에서도 석탄을 줄여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은 2013년 기준으로 전세계 석탄의 절반을 중국이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다행히도 2013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석탄 사용량은 감소추세에
있다. 중국의 석탄 사용량 2014년 2.9% 감소, 2015년도
3.7%감소, 2016년도 1.6% 감소 하는
등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제불황의 영향도 있었지만 경제 성장의 동력이 중화학공업에서
탈피하여 서비스와 같은 에너지 저소비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석탄사용량 감소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도 감소기미를 보이고 있다. 아직 확정적인 추세로 보기는 이르지만 2015년은 한해 전인 2014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다. 감축활동이 강화되었기 보다는 경제부진의 영향이 더 컷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의 피크가 가까이 와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이다.
<Glen
Peters and Jan Ivar Korsbakken,2016.2>
중국은 2015년 6월, 파리협약에 제출한 자발적 기여방안(INDC: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에서 국가 온실가스 배출 총량이
2030년를 피크로 해서 줄어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온실가스 경제가 발전하면서 상당기간
온실가스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나름대로의 감축노력을 통해 최소한 2030년부터는 감소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가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 마저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중국정부가 보여준 기후변화
대응 의지의 소산이다. 과거 교토프로토콜 체제에서는 감축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고 포스트교토 논의에서도
선진국의 의무만 강조하면서 국제적인 논의과정에 훼방을 놓았다. 하지만
2014년 미국 오바마대통령과 공동 노력에 대한 합의 이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
다보스에서의 시주석의 행보는 트럼프로 인해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무산되더라도 중국은 앞장서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중국의 전반적인 환경문제는 경제발전 속도만큼이나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겨울철 미세먼지이다. 매년 난방이 필요한 시기인 가을부터 봄까지 중국의
중부와 동부 대부분의 지역에서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너무 심각한 나머지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울 지경이다. 중국정부는 이를 정권유지 차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12.5규획에
이어 13.5규획에서도 환경보호 방침을 천명했는데 특히 2015년 1월 발효된 ‘新환경보호법’을
통해 환경규제를 대폭 강화한 바 있다. 이후 이 법의 '무관용의
원칙' 하에 강력한 단속 및 처벌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자국내의 환경문제 뿐 아니라 지구차원의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책임의식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 같다. 2011년 이후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 1의 에너지 소비국이자
온실가스 배출국이 된 이상 모르쇠로 일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는 무르익었다. 본래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일정규모를 넘어서면 환경질에 대한 욕구가 늘어난다.
개도국들이 경제화과정에서 대략 인당국민소득 5,000달러를 넘어서면서부터 환경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5,000달러를 돌파한 1980년대 후반부터 환경법이 대폭 강화되었다. 중국은 2015년에 8,000달러를 넘어 섰다.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중국은 환경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환경이 더 이상 부가적인 사항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있어서도 중국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유럽지역을 추월하여 세계 최대 신재생에너지 투자 지역으로 등극했다. 투자지역을 자국내에 그치지 않고
전세계로 확장하고 있는데 2015년도에는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투자의
1/3에 해당하는 1,029억 달러를 중국이 담당했다.
2위인 미국이 441억 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중국정부가 2016년 11월
7일에 발표한 ‘전력부문
13.5계획(2016~2020년)’에 따르면
2020년까지 1차에너지 소비에서 비화석에너지 비중을 15%까지 확대한다는 목표에 따라, 2020년까지 비화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을 39%까지 발전량 비중은 31%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정부가 ‘재생(Renewable)에너지’ 대신 ‘비화석(Non-Fossil)에너지’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 범주가 넓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는 나라에
따라 구분이 다를 수 있는데, 대체로 태양광이나 풍력, 지열
등과 같이 자연에서 끊임없이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말한다. 수력발전은 예외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라에 따라 잠재량의 격차가 크기도 하거니와 수자원 역시 고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에서는 비화석에너지의 범주에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에너지에 더해 수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을 추가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에너지법 체계에서 ‘신재생(New & Renewable)에너지로 13종의 에너지를 정의하고
있는데, 이중 ‘신에너지’에
해당하는 수소에너지와 석탄액화 및 가스화 에너지, 연료전지를 포함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총 8종(태양열, 태양광발전, 바이오매스, 풍력, 소수력, 지열, 해양에너지, 폐기물에너지)으로
정의되어 있다.
중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또한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공식발표한 피크가 훨씬 빠르게 올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극적인 감소는 여전히 요원하다. 기후변화 학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2050년경 까지는 전세계가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중국과
같은 거대 경제체제에게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